전남 맛있는 썸 남도의 섬, “신안 섬 매력, 토속 음식 한눈에”

이야기가 있는 조리법 공개(2)

2019-07-30     최다정 기자
 

<지난호에 이어서>

◎ 풍요와 유서를 동시에 갖춘 섬 - 압해도
“생존의 음식 낙지찹쌀죽”

목포와 다리로 연결돼 다도해 관문역할을 하는 압해도는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곳이다. 곳곳에 고인돌을 비롯해 거석문화를 대표하는 선돌이 있어 과거를 현재로 소환하며 시공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압해도는 경제적으로도 풍요롭다.

광활한 갯벌에서 나는 세발낙지,청정해역에서 사는 우력조개를 비롯해 각종 과일과 고구마,감자,마늘,양다래도 이곳의 특산물이다. 이렇게 풍요로운 섬이지만 섬은 섬이다. 지금이야 사정이 다르지만 교통로가 마련되지 않은 옛날에는 건강을 지키며 산다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이곳의 낙지찹쌀죽은 단순히 음식이라기 보다는 생존의 먹거리였고 생존의 먹거리였기에 여태도 소중한 먹거리일 것이다.
낙지찹쌀죽은 지도,대기점도에서도 맛볼 수 있다

▲ 낙지찹쌀죽 조리법
1. 소금물에 깨끗이 씻은 낙지 10마리를 가마솥에 넣고 물을 넉넉하게 붓는다.
2. 낙지를 넣은 솥에 통마늘을 넣고 불을 때서 푹 녹아지도록 고아낸다.

◎ 교통의 단절 속에서 꿈틀거리는 섬 - 우미도
“반전의 풍류가 깃든 약초막걸리”

섬과 약초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자연은 늘 예상치 못한 반전을 거듭한다. 우이도가 위용을 부릴만한 거리는 많다. 동양 최대 높이의 풍성사구는 물론이고 정약전,최치원을 비롯해 ‘표해록’의 저자 문순득이라는 역사적 인물,각종 해산물과 산야 나물을 아우르는 먹거리까지. 그런데도 우이도는 교통의 불편함으로 외지인의 발길이 쉬이 닿지 않는 곳이다.

반전은 엉뚱하게 풍류로 둔갑한다. 전설적인 술꾼이 존재하게 하는 곳. 그 답은 진한 갈색을 띠는,각종 약초를 가마솥에 푹 다려낸 약초막걸리다.

우슬,천문동,삽주,잔대 등의 약초로 발효된 약초막걸리는 우이도가 낳은 반전의 술이고,반전이며 풍류의 술이기에 전설의 술이다.

▲ 약초막걸리 조리법-전승자 I 우이도2구 돈목 마을 주민
1. 우슬,천문동,엉겅퀴 뿌리,삽주,잔대 등의 약초를 가마솥에 푹 다려낸다.
2. 약초 달인 물을 식힌 뒤 항아리에 물과 술밥을 넣고 발효시킨다.
3. 술밥은 쌀을 쓰는데 동동주로도 먹을 요량이면 쌀 20kg에 누룩 7덩이,약초 달인 물 한 양동이 정도로 양을 맞춘다. 막걸리로 만들려면 물 양을 반 양동이 정도로 줄인다.
4. 겨울에 담아두고 2~3개월을 저온 숙성시킨다.

◎ 150여 년 노동이 일궈낸 피땀의 섬 - 임자도
“신기루 같은 파시, 산도랏 민어곰탕”

절반가량의 면적이 해수면 아래에 있는 열악한 지형을 견딜 수 없었던 사람들은 섬과 섬 사이 바다에 둑을 쌓는 대공사를 감행했다. 150여 년 각고의 노동은 6개의 섬을 합하며 풍요의 섬으로 둔갑시켰다. 더불어 이곳의 섬에는 사막지형을 갖춘 끝없는 백사장이 존재한다. 임자도는 그런 섬이다.

임자도 바다는 새우어장이다. 새우를 좋아하는 민어를 말하고자 함이다. 민어는 임자도 사람들과 함께 한 인생의 생선이다. 부레는 날것으로는 물론이고 순대로 만들어 먹기도 했고 부레를 끓인 민어풀을 접착제로 쓰기도 했다.

여자들은 쌀뜨물에 산도랏(산도라지)을 넣고 끓인 민어곰탕을 먹었다. 임자도 민어파시는 과거의 한 시절 전설만이 아니다.

▲ 산도랏 민어곰탕 조리법-전승자 I 임자도 하우리 마을 주민
1. 마른 민어를 물에 2시간 정도 담가서 불린다.
2. 쌀뜨물에 민어와 무,마늘,산도라지 등을 넣고 끓인다.
3. 사골처럼 뽀얀 국물이 나올 때까지 1시간 이상 끓인다.
4. 다 끓인 후에 참깨와 참기름을 넣는다.

◎ 고요히, 더 자연화 되고 인간화 된섬 - 팔금도
“재료 자체가 품는 고유의 맛,홍어껍질묵”

팔금도는 신안군 면 단위 섬 중 가장 작은 섬이다. 드넓은 논밭과 염전이 깔린 이곳에서 주민들은 주로 쌀농사와 마늘농사로 살아간다. 그래도 섬이기에 다양한 종의 고기들이 잡힌다. 알려지지 않은 섬일수록 자연은 더 자연스러워지고 인간은 더 인간다워지게 마련이다. 팔금도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섬이기에 지킬 것을 더 굳게 지켜가는 곳이다.

그렇게 지켜가는 것들 중에 흑산도에서만 주로 조리한다고 여겨지는 독특한 음식이 있다. 홍어껍질묵이다. 물에 끓인 홍어껍질을 체로 걸러내 국물은 붓고 식혀 굳히는 홍어껍질묵은 일반 해초묵과는 달리 쫄깃하고 고소하면서도 홍어 특유의 향을 발산한다. 예나 지금이나 요리는 늘 진보한다. 홍어껍질묵은 흑산도와 암태도에서도 맛볼 수 있다.

▲ 홍어껍질묵 조리법-전승자 I 팔금도 고산 마을 주민
1. 홍어껍질을 깨끗이 씻어서 물에 넣고 팔팔 끓인다.
2. 아주 녹아지도록 끓인 뒤 찌꺼기는 체로 걸러낸다.
3. 국물을 용기에 붓고 식혀서 굳힌다.

◎ 갯벌에서 연꽃의 옷을 입고 들노래 부르며 - 하의도
“발상을 뒤집어 맛을 뒤집는 낙지 냉연포탕”

연꽃의 옷을 입은 하의도에는 질척한 풍요의 땅이 있다. 갯벌이다. 이곳의 갯벌은 다른 갯벌들과 달리 검지만 않고 그 속이 뿌옇다. 속이 뿌연 갯벌에서 서식하는 낙지는 그래서 크기는 크기대로 맛은 맛대로 유난을 떤다. 유난을 떠는 낙지를 대하는 이곳의 사람들도 낙지요리를 하며 유난을 떤다.

연포탕 하면 당연히 탕이므로 뜨거워야 한다는 것이 상식적인 발상이다. 하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발상을 뒤집는다. 차가운 국물로 연포탕을 조리한다. 겨울이라 해도 별 차이 없다.

조금 따뜻한 국물일 따름이다. 반전의 조리는 반전의 맛을 낳는다. 낙지 냉연포탕은 신안 신의도와 장산도에서도 맛볼 수 있다.

▲ 낙지 냉연포탕 조리법-전승자 I 하의도 연꽃섬 마을 주민
1. 끓는 물에 낙지를 살짝 데친다.
2. 낙지 삶은 물은 식혀둔다.
3. 낙지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다시 낙지 삶은 물에 부추 등의 제철 야채를 넣는다.
4. 거기에 소금 간을 하고 식초와 마늘,풋고추,참깨 등의 양념을 하고 얼음을 넣으면 완성된다.

◎ 푸르다 못해 검은빛 - 흑산도
“홍어이면서 ‘자산어보’인 우럭 돌미역국”

흑산도 하면 떠올려지는 두 대상이 있다. 홍어와 정약전의 ‘자산어보’다. 날것으로 발효해 먹는 유일한 어류 홍어가 주는 독특하고 알싸한 향과 맛은 누군가에게는 미친 맛이지만 또 누군가들에게는 미(美)친 맛이다.

정약전에게 흑산도는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은 열악하고 척박한고립의 땅이었지만그 땅에서 발효되어 쓰인 ‘자산어보’는 기념비적인 수산학 연구서이다. 거칠고 험한 파도와 척박한 지형에서 그 모든 풍파를 견디며 자라는 돌미역은 홍어이면서 ‘자산어보’이다.

굵고 질긴 돌미역의 성질은 그래서 생명의 상징이고 그 생명력은 싱싱한 우력과 섞이며,특히 임산부들에게 그대로 생명의 힘을 부여한다.

▲ 우럭 돌미역국 조리법-전승자 I 흑산도 예리 마을주민
1. 생 돌미역은 데쳐서 1주일 정도 냉장 숙성시킨다.
2. 숙성된 돌미역을 싹둑싹둑 잘라 바닥에 깔릴 정도로 물을 약간 붓고 참기름을 넣은 뒤 2~3분 정도 볶아준다. 미역에 참기름을 넣고 볶으면 고소함이 배가되고 미역도 한결 부드러워진다.
3. 볶던 미역에서 살짝 끓는 소리가 나면 물을 붓고 손질해 놓은 생선과 내장을 넣는다. 뚜껑을 덮고 25분정도 끓인다.
4. 다 끓었다 싶으면 먹기 전에 간을 하고 마늘을 넣는다. 모든 국의 간은 끓은 다음에 한다.
5. 간은 집 간장을 베이스로 하고 소금을 약간 첨가한다. 미역만으로 끓인 국에는 마늘을 안 넣지만,생선을 넣고 끓이면 마늘을 넣는다.

<자료제공 = 전남도>, <정리 = 최다정기자>

<목포타임즈 2019년 7월 31일자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