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권, “상대적으로 대규모 국가산업과 핵심 행정기능에서 거리가 있다는 우려 제기”
“지역별 최소 투자 기준이나 핵심 기능 배분 원칙 제도화하는 방안 검토 필요”
‘서남권 발전대책 만들어지는 것’과 ‘서남권 실제로 발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
목포권, “상대적으로 대규모 국가산업과 핵심 행정기능에서 거리가 있다는 우려 제기”
“지역별 최소 투자 기준이나 핵심 기능 배분 원칙 제도화하는 방안 검토 필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남부권 중심축’을 표방하며 출범했지만, 통합의 또 다른 얼굴은 목포를 중심으로 한 서남권의 상대적 소외 가능성이다.
통합으로 광주와 전남의 산업·행정 역량을 하나로 묶는다는 명분은 분명하지만, 통합의 효과가 어느 지역에 먼저, 얼마나 집중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광주권에는 AI·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연구 인프라가, 동부권에는 기존 제조업과 산업기반이 집중되는 반면 목포권은 상대적으로 대규모 국가산업과 핵심 행정기능에서 거리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런 우려는 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공개적인 지역 현안으로 등장했다.
지난 9월 무안군의회는 ‘통합시 출범에 따른 서남권 소외에 대한 시정 및 균형발전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건의안에는 국립목포대학교 의과대학 후보 탈락과 전남청사의 행정적 위상 약화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담겼다. 무안군의회는 목포·무안 등 서남권의 의료취약성을 지적하며 지역 의과대학 설립과 의료체계 확충을 요구했다.
특히 의료 문제는 목포권 소외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목포권 주민들에게 의과대학 유치는 단순한 대학 유치사업이 아니라 지역 의료서비스와 직결된 장기 현안이다. 그런데 통합 이후 국립의대 후보 선정 과정에서 목포대가 제외되면서 서남권에서는 통합으로 인해 기존의 지역 현안이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상대적인 박탈감이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통합특별시가 앞으로 의료 분야에서 어떤 보완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지역 통합에 대한 주민들의 체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행정 중심지와 권한 배분 문제도 목포권이 예민하게 바라보는 대목이다.
통합특별시는 광주·무안·동부 등 3개 청사를 균형 있게 활용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청사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지가 아니라 실제 어느 청사에 정책결정권과 핵심 조직, 예산 권한이 배치되느냐다.
통합 이전 전남도청이 위치했던 무안은 전남 행정의 중심이라는 상징성과 기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통합 이후 기존 전남청사가 어떤 명칭과 지위를 갖고, 어느 정도의 인력과 권한을 유지할 것인지는 아직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논쟁거리다.
앞서 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두고 주사무소 소재지를 순천에 두는 방안이 거론됐을 때에도 무안 등 서부권에서 반발이 나왔다. 당시 목포·해남·영암·무안·완도·진도·신안 등 서부권 7개 시군 단체장은 현 전남도청인 무안청사를 주사무소로 확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청사를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행정기관의 위치는 공무원과 관련 기관의 이동, 지역 상권, 업무 연계, 민간 투자, 인구 유입 등 지역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3개 청사를 균형 있게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핵심 기획·예산·조직·인사 기능이 한 지역에 집중된다면 다른 지역에서는 ‘청사는 있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없는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실제로 통합 이후 실시된 인식조사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확인됐다.
광주연구원이 지난 5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통합 이후 가장 우려되는 사항으로 ‘특정 지역으로 시설·인프라가 쏠릴 가능성’이 33.7%로 가장 많이 꼽혔다. 특히 이 응답은 광주시민보다 전남도민에서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는 통합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통합 자체’보다 통합 이후의 ‘지역별 자원 배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목포권 입장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산업 분야다.
통합특별시는 반도체·AI·미래 모빌리티·친환경에너지 등을 핵심 성장산업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정책의 중심이 광주와 기존 산업기반이 강한 동부권에 형성되고 서남권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사업만 배분된다면, 통합으로 인해 전체 경제 규모는 커지더라도 지역 간 산업 격차는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목포권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사업 몇 개의 배분’이 아니다.
목포·무안·신안을 하나의 서남권 생활·경제권으로 묶어 어떤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어떤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을 유치하며, 어떤 교통망과 의료·교육 인프라를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통합특별시가 지난 9월 목포를 중심으로 서남권 의료와 미래 성장동력을 다루는 ‘서남권 발전전략 TF’를 가동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TF는 의료체계, 지역발전, SOC와 정주여건, 대학 지원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서남권 발전대책이 만들어지는 것’과 ‘서남권이 실제로 발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대책의 발표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투자 규모와 사업 집행률, 기업 유치, 일자리 창출, 청년인구 변화, 의료서비스 개선, 공공기관 배치 등 측정 가능한 결과다.
특히 목포권이 통합의 주변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균형발전’이라는 선언을 넘어 지역별 최소 투자 기준이나 핵심 기능 배분 원칙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3개 청사 가운데 어느 곳에 어떤 기능을 배치할 것인지, 대형 국책사업을 권역별로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균형발전기금을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 것인지, 서남권에 어떤 산업과 공공기관을 우선 배치할 것인지 등을 사전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성과를 매년 검증하는 방식이다.
이는 목포권에 특혜를 달라는 문제가 아니다. 통합으로 인해 기존 지역 격차가 확대되지 않도록 통합의 이익과 비용을 어떻게 공정하게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다.
통합특별시가 ‘모두가 잘사는 대동세상’을 목표로 내세운다면, 광주와 동부권의 성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반도체와 AI 같은 첨단산업이 광주권에서 성장하고 동부권의 산업 경쟁력이 강화되는 동안 목포·무안·신안의 인구와 일자리가 계속 줄어든다면, 행정구역은 하나가 됐지만 경제·생활권은 오히려 더 벌어졌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결국 목포권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균형발전 정책을 검증하는 가장 중요한 시험대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통합이 기존의 광주-전남 간 경계를 허무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는 통합 내부에서 새로운 중심과 주변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하나의 특별시’가 행정구역만 하나가 되는 것인지, 아니면 목포에서 무안, 신안, 광주, 동부권까지 성장의 기회가 실제로 공유되는 것인지는 앞으로의 투자와 권한 배분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따라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진정한 통합을 말하려면 앞으로 가장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얼마나 크게 성장할 것인가”가 아니라 “그 성장의 과실이 어디에, 어떻게 돌아가는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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